유도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한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막달 검사
자녀를 출산하기 직전에 이사를 하여 만삭 때 산부인과 3곳을 다녀왔습니다. 요즘 초음파 기기가 워낙 좋아서 초음파로 측정한 자녀 머리 둘레의 크기가 3곳 모두 큰 차이 없게 나왔는데, 아이의 머리 크기가 큰 편이었습니다. 39주 기준 9.66cm
2. 산모 몸 상태
저는 키가 168cm로 큰 편이라 당연히 자연분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달에 너무 휴식을 취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몸이 무겁다는 핑계로 운동도 하지 않았고, 남편이랑 걸으러 나갔다가 아랫배가 아파 들어와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남편도 첫 아이라 잘 몰랐어서 제가 쉬고 싶다고 하면 그냥 쉬라고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막주 임산부는 배가 아파도 걸어야 합니다.
3. 예정일
예정일이 되어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다가 내진이란 것을 처음 해봤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질로 손을 넣어 자궁문이 열렸나 확인하는 것인데, 걱정했던 것에 비해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병원을 다녀온 후 이슬이라고 하는 맑은 피가 팬티에 묻어났습니다. 아이 머리가 커서 유도분만을 예약하고, 마지막 식사라며 배불리 저녁을 먹고 입원하였습니다.
4. 유도분만
유도분만으로 2박 3일 입원하였습니다. 첫날은 저녁에 입원해서 링거 맞으며 잤고, 둘째 날부터 시작이었는데, 약물이 투입돼도 전혀 진통이 없었습니다. 그냥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 곤욕이었습니다. 셋째 날 아침 약 투여양을 늘리면서 양수가 터지고 엄청난 진통이 찾아왔습니다. 너무 아프다고 하니 병원에서 무통주사를 놔주셨습니다. 무통주사를 맞으니 아픔이 싹- 가셨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진행이 잘 되는 경우에는 무통주사를 맞아도 '무'통이 아니라 그저 진통이 약해지는 정도여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전혀 아프지 않았고, 무통주사가 유효한 시간(4~6시간)이 모두 지나가버렸습니다.
5. 힘주기 시작
오전에 무통주사를 맞고 전혀 진행이 되지 않아 결국 오후부터 내진 지옥과 힘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간호사가 내진을 하며 자궁문을 열어주는 건데, 진통주기에 맞춰 산모는 힘을 주고, 간호사는 내진을 합니다. 이 과정이 정말로 고통스러웠습니다. 2~3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는데, 그 시간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으로 키워왔던 존엄성이 모두 무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심지어 2박 3일 동안 입원을 했기 때문에, 금식을 유지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벌벌 떨렸습니다. 자궁문은 8cm 정도 열렸는데, 아이 머리는 더 크기 때문에 11cm는 열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경과로 봤을 때 최소 2시간은 더 진행해야 할 것만 같았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제왕절개 결정
너무 힘들어 못하겠다고, 제왕절개 하고 싶다고 하여 남편이 의사를 전달하고, 수술받기로 하였습니다. 유도제 링거를 빼달라고 해서 제거했는데,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항문으로 힘이 쥐어지는 게, 이게 엄마가 말한 힘주기인가 싶긴 했습니다. 지금도 만약 그때로 돌아가 조금 더 힘주기 했더라면 자연분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남편은 의사와 면담하며, 산모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고, 힘주기가 잘 안 될 경우에는 흡입기로 아이 머리를 잡아당겨야 할 수도 있는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했다고 합니다.
7. 제왕절개
오랜 시간 힘들었기에, 수술방에 들어가며 그냥 바로 자고 싶다고 아이 얼굴 보지 않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간호사의 설득으로 아이 얼굴은 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는 굉장히 빨리 나왔습니다. 태어난 아이를 보니 뱃속에서 고생하였는지 머리가 꼬칼콘 모양이었습니다. 아이를 보고 난 뒤 후처치를 위해 수면마취로 잠들었습니다. 태어난 아이의 몸무게는 3.6kg이었습니다.
8. 수술 후
회복실에서 눈을 뜨니 간호사가 다리에 압박스타킹을 신겨주었습니다. 이 압박스타킹을 2주 정도 착용하였는데, 다리 붓기 빠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 위에는 뜨거운 돌을 올린 느낌이었습니다. 척추마취를 했기 때문에 고개를 들면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9. 회복 기간
첫날은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간간히 간호사가 들어와 오로를 제거하기 위한 패드를 교체해 주었습니다. 여전히 배에는 뜨거운 돌멩이가 올라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소변줄을 빼고 나서 혼자 소변을 봐야 한다고 했는데,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복대를 차고 나면 그나마 걷는 게 수월했습니다. 페인부스터를 맞아서 아플 때마다 버튼을 눌렀습니다. 만약 너무 힘들 경우에는 엉덩이 주사를 맞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10. 조리원 기간
조리원에 들어갔을 때에도 여전히 배가 아파 걷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또 뱃속에 커다란 공이 들어있는 기분이었는데, 자궁이 수술 때문에 수축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 기분이 나는 거라고 했습니다. 또 안쪽에 실이 매달려 있는 것 같이 잡아당겨지는 기분이 있었는데, 수술 마무리 매듭지으면서 꼭 잡아당겨놨다고 했습니다. 이런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졌습니다. 수술 자국이 약해지라고 흉터밴드를 붙여두었습니다.
11. 수술 후 3개월
흉터밴드를 붙여놨던 것이 음모가 자라면서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아 더 이상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지렁이처럼 살짝 올라왔습니다. 가려움이 느껴졌고, 수술 위 배의 감각이 마취 주사 맞은 것처럼 무감각했습니다.
12. 수술 후 1년
시간이 지나면서 지렁이 같던 흉터가 편평해지고 감각도 살아났습니다. 가려움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유도 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한 후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자연분만은 선불, 제왕절개는 후불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잠깐 느꼈던 진통의 고통도 어마어마했지만, 제왕절개 후 몇 주~몇 달을 자잘하게 아픈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연분만이나 유도분만 시도 중에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면 제왕절개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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