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임신 테스트기 두 줄을 보았습니다. 아직 선이 흐릿해서 긴가민가했습니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친한 언니들에게 보여주니 임신이 맞다 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테스트기를 다 쓰고, 추가로 더 구매해서 매일매일 확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괜히 스트레스받은 것 같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질초음파를 통해 보니 아기집이 보인다며 심장 소리도 듣기 전에 임신확인서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란 생각이 들었지만, 임신이 맞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날부터 출혈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첫째 때는 없던 증상이라 두려웠고, 다음날에도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아기집이 안쪽에 잘 자리 잡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라고 했습니다. 유산방지 주사를 맞았습니다.
임신 초기 출혈이 있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걱정 말라고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건강하게 잘 출산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출혈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당시 추석을 앞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덜컥 생리하듯 피가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급하게 차를 돌려 집에 와 휴식하고, 남편만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갔습니다.
소식을 듣고 친정엄마가 집으로 오셨습니다. 추석 내내 엄마아빠의 도움으로 누워서 지냈습니다만 피의 양은 점점 늘어갔습니다.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가면 벌컥 피가 쏟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화장실에 가기가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잠시 엄마아빠가 집에 돌아간 사이,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왜 이제 왔냐는 의사의 물음에, 두렵고, 이미 늦은 것 같아 확실히 확인하기 무서웠다고 했습니다.
초음파 결과 이미 아기집이 다 떠내려가 있었습니다. 소파수술을 받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바로 오겠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엄마아빠도 소식을 듣고는 바로 돌아온다 했습니다.
가족들 얼굴을 보기 전에 그냥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만, 남편 병원 방문 후에 시술을 받았습니다.
수면 마취 후, 자궁 내부를 청소기로 빨아들이듯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
소파 후에는 다소 몸이 피곤한 느낌이 있고, 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임신 확인서로 받은 바우처로 한약을 지어먹었습니다. 한약을 먹으니 마치 오로처럼 피가 나왔습니다.
지금 와 후회되는 것은, 임신을 확인하고 새벽이 돼서야 잠들었다는 것입니다. 잠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임신 초기에 뭐 한다고 새벽 한 시, 두 시까지 잠들지 않았는지 후회가 됩니다.
사실 임신 초기에 유산이 되는 경우는 대부분 유전자 이상이라고 합니다. 모체가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아도 유산될 것이었던 겁니다. 튼튼하게 수정된 수정체는 온갖 쇼를 해도 잘 붙어 있습니다. 그렇게 위로하지만 혹시나 싶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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